가을 아침의 출근길은 다른 계절보다 걸음이 조금 느려진다.
거리의 가로수들이 하나둘 빛깔을 바꾸기 시작하면, 바쁜 마음도 잠시 멈춘다. 아직 초록을 붙잡고 있는 잎 사이로 노란빛이 번지고, 어느 나무는 벌써 붉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고국의 가을이 떠오른다. 그리고 가을 끝자락에는 늘 추석이 함께 따라온다.
어린 시절의 추석은 기다림이었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집 안의 공기부터 달라졌다. 부엌에서는 하루 종일 음식 냄새가 났고, 어머니의 손은 쉴 틈이 없었다.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고, 이것저것 장만하는 동안 집 안에는 사람 냄새와 정이 가득했다.
그때는 그 모든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새 옷을 입는 기쁨도, 친척들을 만나는 반가움도, 마당을 뛰어다니며 웃던 순간도 오래도록 계속될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고 고국을 떠나 살아보니,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추석이라는 명절 하나가 아니다. 한자리에 모여 앉아 함께 음식을 먹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던 시간이다. 어머니의 손길이고, 고향집의 냄새이고, 아무 걱정 없이 뛰어놀던 어린 날의 나 자신이다.
오늘도 나는 가을 아침 길을 나선다.
차들은 바쁘게 지나가고 사람들은 각자의 하루를 향해 걷는다. 나 역시 그들 사이에서 출근길을 재촉하지만,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를 보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아주 먼 곳으로 돌아간다.
고향집 마당이 떠오르고, 송편을 빚던 어머니가 떠오르고, 밤하늘에 둥글게 떠 있던 보름달이 떠오른다.
세월은 많은 것을 데려갔다.
사람도 변했고 풍경도 달라졌으며,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 기억 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가을만 오면 그 시절은 다시 가까워진다.
아마 고향이라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떠나온 곳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마음이 자꾸 돌아가는 곳.
오늘 아침, 붉게 물들어가는 가로수를 바라보며 잠시 걸음을 늦춘다.
몸은 타국의 거리에 서 있지만 마음은 어느새 오래전 고향의 추석 아침에 닿아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사람은 고향을 떠나 살아갈 수는 있어도, 마음속에 남은 어린 시절까지 떠나보낼 수는 없는 것이라고.
그래서 가을은 해마다 돌아와, 잊고 지낸 고향의 문을 조용히 열어주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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