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말을 듣고, 수많은 글을 읽으며 살아간다. 어떤 말은 귀에 스쳐 지나가고, 어떤 글은 눈으로만 읽히다가 금세 잊힌다. 그러나 때로는 한 문장이 마음 깊은 곳에 오래 머무를 때가 있다. 특별히 어려운 말도 아니고, 세상에 처음 나온 새로운 지식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내 마음을 건드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좋은 강의나 좋은 책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해 주는 거울과 같다는 것을 말이다.
좋은 강의를 듣다 보면 처음에는 그저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때가 많다.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남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말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책 속에 적힌 글들이 특별히 낯설거나 어려운 내용이 아닐 때가 많다.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들어 보았고, 마음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던 말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책장을 넘기며 “맞는 말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강의를 들으면서도 “그렇구나” 하고 조용히 동의한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 당연한 말들이 점점 다르게 들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문장이 어느 순간 내 삶을 향해 조용히 다가온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말이지만, 정작 내 생활 속에서는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행동으로는 잊고 살았던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우리는 부끄러움과 깨달음을 동시에 느낀다. “나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제대로 살고 있지 못했구나.” “나는 좋은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 말을 내 삶 속에 옮기지는 못했구나.” 이런 생각이 마음속에서 조용히 일어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정작 바쁜 생활 속에 들어가면 자신을 잊고 살아갈 때가 많다. 하루하루 해야 할 일에 쫓기고, 먹고사는 문제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감정이 흔들리다 보면, 나 자신을 조용히 바라볼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내가 어떤 말과 행동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지 못하게 된다.
좋은 책과 좋은 강의는 바로 그때 우리에게 잠시 멈추라고 말해 준다.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복잡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조용히 나 자신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것은 누군가를 판단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남의 잘못을 찾아내기 위한 시간도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미처 살피지 못했던 내 마음의 방향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알고 있는 것을 얼마나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만큼 나 자신에게도 정직하게 살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하나씩 마음속에 떠오른다.
생각해 보면 사람의 마음속에는 누구에게나 잠재력이 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힘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가능성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깨달음이라고 부른다. 또 어떤 사람은 그것을 마음속에 숨어 있는 본능적인 힘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더 나아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더 바르게 살고 싶고,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고,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만 그 마음이 바쁜 현실 속에서 잠시 잠들어 있을 뿐이다.
좋은 말 한마디는 그 잠든 마음을 깨운다. 책 속의 한 문장은 내 안에 숨어 있던 생각을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강의 속에서 들은 한마디가 어느 날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글과 좋은 말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깨우는 작은 불빛과 같다. 어두운 방 안에 작은 등불이 켜지면 사방이 한꺼번에 밝아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는 알 수 있게 된다. 좋은 강의와 좋은 책도 그러하다. 내 삶 전체를 한순간에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의 충고를 불편하게 받아들인다. 상대가 나를 위해 해 주는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질 때가 있다. 왜 그럴까. 그 말이 틀렸기 때문일까. 물론 때로는 말하는 방식이 거칠거나 상대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서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충고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 충고 속에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진실이 들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외면하고 싶었던 내 모습, 잠시 잊고 살았던 나의 부족함을 누군가가 조용히 건드렸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말을 들을 때 오히려 더 예민해질 때가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나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잘못을 인정해야 하고, 내 부족함을 마주해야 하며, 때로는 내가 잘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까지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피하고 싶어 한다. 남을 판단하는 일은 쉽지만, 자신을 판단하는 일은 어렵다. 남의 부족함은 빨리 보이지만, 내 부족함은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진정한 성장은 바로 그 불편함을 지나갈 때 시작된다. 좋은 말이 마음에 걸린다면, 그것은 내 안에서 무언가 깨어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충고가 기분 나쁘게만 느껴진다면,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나는 이 말을 불편하게 느끼는가. 이 말 속에 내가 외면하고 있던 부분은 없는가. 내가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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