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편

             차가운 날 위에 온기를 얹는다

캐나다에 도착하던 날, 공기는 맑았고 마음은 비어 있었다. 낯선 공기는 조용히 스며들어

나를 고립시켰다. 나는 일식 주방에 섰다 쌀을 씻고, 생선을 손질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반복되는 동작 속에서 손은 익어갔지만 마음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칼은 흔들리지 않았고, 흔들리는 것은 늘 나였다. 어느 날 손끝이 미끄러져 얇게 베었다.

피가 번졌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칼을 쥐었다. 도마 위는 여전히 정갈했지만, 내 안은 그렇지 못했다.

퇴근길, 가로등 아래에서 몇 번이나 걸음을 멈췄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나보다 더

분명하게 느껴지던 밤, 이골에서의 나는 어디 까지가 나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다음

날이 오면 다시 그 자리에 섰다. 버틴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같은 같은자리에 다시 서는 일이었다.

그 무렵 한사람을 만났다. 지인의 소개로 마주 앉은 자리에서 우리는 말을 아끼며 천천히 시간을 나누었다. 그녀는 많은 것을 묻지 않았고, 내가 말을 고르는 동안 조용히

기다렸다. 그 침묵이 오히려 편했다.

이후 우리는 가끔 만나 식사를 하고 함께 걸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그 평범한

시간들이 나를 버티게 했다. 혼자일 때는 길던 하루가, 함께 일 때는 짧아졌다

주방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같은 칼을 쥐고도 마음이 덜 무거웠다. 어느 날 내가 만든

음식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짧게 말했다. “맛있네요.”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그 이후로 나는 음식을 조금씩 다르게 만들기 시작했다. 하루의 끝에는 기다림이 생겼고, 더 이상 시간은 비어 있지 않았다.

어느 저녁, 평범한 길 위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사람과라면 이 낯선 곳에서도 계속

살아갈 수 있겠다는 것을.

돌아보면, 내가 배운 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외로움과 온기,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일의 의미였다.

오늘도 나는 차가운 날 위에 나의 온기를 얹는다

.

댓글 남기기

생각이머무는자리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